
가을이 오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하루쯤은 마치 다른 시대로 옮겨온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에서 열리는 짚풀문화제는 바로 그런 감정을 선물해 주는 곳이에요. 한옥과 돌담, 짚단이 어우러진 옛 마을 속에서 전통 민속 체험을 하고, 골목마다 숨어 있는 포토 스폿을 찾는 재미가 있어요. 가족, 친구, 연인, 혼자 누구와 가도 부담 없고, 아산 온천과 함께 하루 나들이 코스로 엮어도 딱 좋은 가을 여행지입니다.
짚과 풀로 다시 만나는 전통 민속 체험의 재미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의 가장 큰 매력은 ‘직접 손으로 해 보는 재미’입니다. 이름처럼 중심에는 짚과 풀, 그리고 그것으로 만들어지는 생활 도구와 장식품이 있죠. 교과서에서만 보던 짚신, 멍석, 새끼줄, 짚공예품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걸 직접 만지고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마을 곳곳의 체험 부스에서는 짚신 만들기, 새끼 꼬기, 짚공예 장식 만들기, 짚으로 짐승 모양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짚은 생각보다 질기고 거칠어서 처음엔 손이 잘 따라주지 않지만, 금세 감이 잡히면 모양이 어느새 손끝에서 살아납니다. 어릴 적 종이접기를 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집중의 재미가 있어요. “옛날엔 이걸 진짜 생활도구로 썼다”는 설명을 들으면, 그 시대의 사람들 모습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민속놀이 체험 구역을 꼭 들러 보세요.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굴렁쇠, 사방치기, 팽이치기 같은 전통놀이들이 마당마다 펼쳐져 있습니다. 요즘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도 금세 몸을 던져 즐기며 “한 번만 더!”를 외치죠. 그 모습을 보며 부모 세대는 괜히 미소가 지어지고, 그 사이 어른들은 평상에 앉아 잠시 쉬어 갈 수도 있습니다.
조용한 체험을 원한다면 짚과 한지, 천을 이용한 공예 부스를 추천합니다. 짚으로 만든 미니 바구니, 한지 부채, 전통 문양 책갈피, 짚인형 같은 소품들은 완성 후 집에 두기에도 예쁩니다. 여행에서 흔히 기념품을 사 오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직접 만든 기념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더욱 특별하죠.
체험 부스 중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짚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도 있습니다. 손의 움직임만 봐도 세월이 묻어나고, 그 속도와 호흡에서 기술의 깊이가 전해집니다. 따라 해 보려다 금세 엉성해진 짚을 보면, 세대의 간극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죠. 그 순간만큼은 축제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기억이 이어지는 자리’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체험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한두 개만 여유 있게 즐기는 게 좋습니다. 생각보다 손과 집중력이 많이 필요해 여러 개를 연달아 하면 금방 피곤해질 수 있어요. 프로그램 사이에는 골목을 산책하거나 찻집에서 잠시 쉬어 가며 리듬을 조절해 보세요. 하루 전체가 훨씬 편안해집니다.
골목마다 그림이 되는 옛 마을 풍경,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곳
외암민속마을은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기와지붕 한옥과 초가집,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 감나무와 장독대가 있는 마당 풍경은 “옛날 마을이 이랬겠구나”라는 상상을 불러옵니다. 짚풀문화제 기간에는 집 앞에 짚단과 장식이 더해져 마을 전체가 한층 더 ‘가을의 색’을 띠어요.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곳곳에 눈길을 잡아끄는 디테일들이 많습니다. 대문 앞의 장작더미, 담장 위의 호박, 초가지붕 사이로 비치는 햇살, 마당 끝에 매달린 옥수수와 고추들. 집집마다 짚공예품이나 전통 소품이 놓여 있어 “이 집은 이렇게 꾸며뒀네” 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곳은 빠르게 돌아보기보다, 마음 가는 대로 걷는 게 가장 좋습니다. 어느 골목을 돌든 잠시 멈춰 서면 그 자체로 한 장의 그림이 돼요. 돌담 옆으로 스며드는 햇살, 초가지붕 위로 열린 하늘,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까지—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기분이 충분합니다.
가을이면 색감이 특히 깊어집니다. 논과 밭이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마을 밖으로 나가면 들판과 나무, 낮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마을을 내려다보면 “아까 그 골목이 저기 있었구나” 하는 감각이 새삼스럽게 다가오죠. 축제장을 걷는다는 느낌보다, 잠깐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에 가까워요.
풍경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눈으로 한 번, 카메라로 한 번 담아 두세요. 다만 사진에만 집중하다 보면 지금의 공기와 소리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한 골목은 사진을 찍지 않고 걷기’를 추천합니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두고, 돌 사이에 핀 풀, 대문 위에 걸린 고추, 마당에 널린 이불 같은 일상의 풍경을 눈으로만 담아 보세요. 나중에 떠올릴 때, 그때의 냄새와 온도까지 함께 기억날 거예요.
축제 기간에는 관광객이 늘지만, 마을은 여전히 고요한 편입니다. 공연이나 퍼레이드 시간만 피하면 한적하게 돌아볼 수 있어요. 사진가, 가족, 연인, 혼자 여행객이 섞여 있지만 모두가 속도를 낮춘 채 걷는 분위기라, 마을의 평온함이 유지됩니다. 덕분에 이곳의 옛 풍경은 과하게 소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느낌으로 남습니다.
가을 문화 축제이자 사진 찍기 좋은 곳, 하루 코스 이렇게 짜기
짚풀문화제는 ‘볼거리 많은 가을 문화 축제’이면서 동시에 ‘사진 찍기 좋은 장소’입니다. 전통 체험, 공연, 전시가 어우러지며 마을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되죠. 그래서 코스를 짤 때도 체험, 촬영, 휴식을 균형 있게 섞는 게 좋습니다.
현실적인 하루 코스를 예로 들면 이렇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오전: 외암민속마을 도착 → 전체 분위기 둘러보기 → 전통 체험 1~2개(짚공예, 민속놀이 등)
- 점심: 마을 인근 한식당(국밥, 정식, 국수 등)에서 식사 후 카페나 찻집에서 여유롭게 휴식
- 오후: 축제 프로그램(공연·전시·퍼레이드 등) 구경 → 골목·돌담길·초가집 배경으로 사진 촬영 → 남은 시간에는 아산 온천이나 시내 카페로 이동
사진을 찍을 때는 꼭 ‘인증샷 스폿’만 노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줄이 긴 포토존보다 골목 안쪽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돌담과 초가 사이의 좁은 길, 오래된 나무문, 집 앞 화분 같은 곳이 더 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어요. 그 앞에 서기만 해도 마치 마을 사람이 된 듯한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옵니다.
사진 팁 몇 가지를 더하자면,
- 오전이나 해 질 무렵의 부드러운 햇살 시간대 활용
- 의상은 화려한 색보다 베이지, 브라운, 크림색 같은 가을 톤 추천
- 인물만 클로즈업하지 말고 배경과 함께 넓게 담기
- 정면뿐 아니라 옆모습, 뒷모습, 걷는 장면 등 다양한 각도 시도하기
이 정도만 기억해도 ‘찍기 위한 사진’이 아닌 ‘머무는 장면’을 남길 수 있습니다.
짚풀문화제는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마을 전체 분위기를 서서히 물들이는 축제입니다. 한옥 마당에서 열리는 소규모 공연, 짚을 이용한 설치 작품, 전통 의상 체험, 농악 퍼레이드 등이 시간대별로 이어집니다. 미리 세세한 일정까지 외울 필요는 없어요. 입구 안내판을 한 번 보고 “이건 꼭 보고 싶다” 싶은 프로그램만 골라두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거예요.
외암민속마을 나들이를 아산 여행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온양온천역 근처 온천이나 식당, 카페를 하루 일정에 더해 보세요. 낮에는 옛 마을을 거닐고, 저녁엔 온천에서 피로를 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코스입니다. 돌담길에서 사진을 찍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까지—그 모든 시간이 ‘가을 하루’로 완성됩니다.
결국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는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가을을 채우는 축제입니다. 손으로 짚을 만지고,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잠깐씩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여유 속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과는 다른 시간의 속도를 느끼게 되죠. 그 느낌 하나만으로도 아산까지의 여정은 충분히 값집니다.
아산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는 전통 체험, 옛 마을 풍경, 가을 축제, 그리고 사진 명소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짚과 풀로 만든 생활도구를 손으로 직접 만지고, 돌담길과 초가집을 걸으며, 가을 햇살 아래서 몇 장의 사진을 남기다 보면 하루가 어느새 풍성하게 채워집니다. 올가을 “조용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나들이”를 찾고 있다면, 지도 위 아산을 살짝 짚어 보세요. 외암민속마을의 한나절이 올해 가을의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