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은 이제 ‘커피의 도시’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 됐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강릉 커피 축제 덕분에, 바다와 커피를 함께 떠올리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죠. 특히 안목해변 일대는 로스터리와 감성 카페가 줄지어 있어,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강릉 커피 축제 시즌을 중심으로, 커피 시음 체험부터 바다 카페 투어까지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커피 시음 체험으로 시작하는 강릉 커피축제 하루
커피 축제 기간에 강릉을 찾는다면, 첫 일정으로 ‘커피 시음 체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축제 현장에는 지역 로스터리 카페, 수공예 감성의 커피 브랜드, 디저트 부스까지 모여 있어서, 한 자리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커피를 맛볼 수 있죠. 평소라면 일부러 찾아가야 할 카페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니,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그야말로 반가운 축제입니다.
시음 체험은 작은 컵에 에스프레소, 브루잉, 콜드브루 등을 조금씩 나눠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한두 잔만 마셔도 카페인 충전이 된 듯한 기분이 들지만, 축제장에선 금세 여러 잔을 마시게 되죠. 그래서 처음부터 욕심내기보다, 한 바퀴 돌아본 뒤 취향에 맞는 몇 군데만 골라보는 게 좋습니다.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지, 고소한 향을 좋아하는지 평소 입맛 기준으로 선택하면 충분합니다.
각 부스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원두 설명이나 로스팅 노트, 추천 추출법 등을 소개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깐 대화를 나눠보면 “이 브랜드는 이런 맛을 지향하는구나” 하는 감이 옵니다. 마음에 드는 원두를 발견했다면 축제가 끝난 뒤 안목해변이나 시내 매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잡는 것도 좋습니다. 축제장은 일종의 ‘맛보기 전시장’ 같은 역할을 하니까요.
디저트 부스도 놓치기 아깝습니다. 파운드케이크, 스콘, 마들렌, 티라미수, 크루아상 등 다양한 메뉴가 함께 있어, 커피와의 조합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미 있는 브루잉엔 고소한 스콘, 진한 다크 로스트엔 초콜릿 디저트가 잘 어울리죠. 이런 조합을 기억해 두면, 나중에 집에서도 응용해볼 수 있습니다.
커피를 잘 모른다고 주저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건 더 부드럽네”, “이건 향이 진하다”, “쓴데 뒤에 단맛이 남네” 정도만 느껴도 충분합니다. 전문가처럼 용어를 나열하기보다, 자기 입맛에 솔직해지는 게 더 즐겁죠. “나는 이쪽이 낫다”, “이건 집에 사 가고 싶다” 같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내 취향이 또렷해집니다.
다만 오전부터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후엔 피로감이 올 수 있습니다. 물을 자주 마시고, 중간중간 디카페인이나 라떼처럼 부드러운 메뉴를 섞어 마셔보세요. 축제장엔 쉬어 갈 수 있는 그늘과 의자가 많으니, 시음 몇 잔 후 잠깐 앉아 향을 정리해 보는 여유를 가지면 더 좋습니다. 커피 축제는 ‘빨리 많이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조금씩 자주 즐기는 자리’라는 걸 기억해 두세요.
강릉 감성 여행, 걷는 속도로 즐기는 커피 도시
커피 축제만 보고 돌아오면 강릉의 절반만 본 셈입니다. 강릉은 도시 자체가 감성 여행에 어울리는 곳이라, 천천히 걷는 속도로 둘러보면 여운이 더 오래 남습니다. 커피와 어울리는 장소들을 연결해보면 하루 코스가 자연스럽게 완성되죠.
도심 쪽에서는 강릉역 인근 카페 거리나 중앙시장 일대를 추천합니다. 골목마다 작은 카페와 베이커리, 로스터리 숍이 이어져 있고, 시장에서는 로컬 먹거리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축제장에서 이미 커피를 충분히 마셨다면, 이 구간에선 커피 대신 빵이나 간단한 간식을 즐기며 ‘걷는 여행 모드’로 전환해 보세요. 걷다 보면 골목마다 카메라를 꺼내고 싶어지는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강릉 감성 여행의 포인트는, 유명 명소만 찍고 지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바다나 카페 거리로 향하기 전의 시간도 충분히 여행이에요. 오래된 간판, 동네 빵집의 쇼윈도, 골목 사이로 보이는 산과 하늘까지—시선을 조금만 늦추면 도시의 공기가 느껴집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풍경 속에 살고 있구나” 하는 감각이 들면, 그 도시가 한층 더 가까워집니다.
축제 기간엔 강릉 곳곳에서 작은 전시나 공연,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합니다. 커피 관련 굿즈나 머그컵, 드립포트, 사진 엽서를 판매하는 부스가 보이면 가볍게 들러보세요. 꼭 구매하지 않아도 “이 도시에서는 커피를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하는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구나 그림을 발견하면, 사진으로 남겨 배경화면으로 써도 좋겠죠.
강릉을 천천히 즐기려면 이동 수단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버스나 택시를 타면 편하지만, 그만큼 놓치는 풍경도 많아요. 큰 구간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도착한 후엔 주변 반경을 걸어서 탐색해 보세요. 그렇게 걸으며 발견한 작은 장면들이 여행의 진짜 보물이 됩니다.
하루를 마치고 사진을 정리해 보면, 커피잔보다 골목, 벤치, 하늘 사진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감성 여행’의 흔적이에요. 커피 축제는 그런 풍경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 있는 한 챕터일 뿐입니다. “축제에 다녀왔다”보다 “강릉에서 커피를 중심으로 하루를 보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여행이라면, 그건 성공한 하루입니다.
바다 카페 투어로 완성하는 미식 테마 축제 코스
강릉 커피 축제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안목해변 카페 거리입니다.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갓 내린 커피를 마시는 경험은, 강릉이 ‘커피 도시’로 불리는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죠. 축제장에서 여러 커피를 맛봤다면, 그 여운을 이어 ‘바다 카페 투어’로 마무리해 보세요.
안목해변의 카페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합니다. 어떤 곳은 로스터리 콘셉트로 원두와 추출 방식에 집중하고, 또 어떤 곳은 디저트나 인테리어에 공을 들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어디가 제일 맛있냐”보다는 “오늘 우리 취향엔 어디가 어울릴까”를 찾는 과정이 더 즐겁습니다.
카페 투어를 할 땐 한 곳에서 여러 잔을 마시기보다, 카페마다 한 잔씩만 맛보는 게 좋습니다. 첫 번째 카페에선 핸드드립이나 라떼, 두 번째 카페에선 콜드브루, 세 번째 카페에선 디저트와 함께 아메리카노—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부담 없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둘 이상이 간다면 메뉴를 나눠서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 카페 투어가 ‘미식 테마 축제’가 되는 이유는, 커피로 시작해 음식으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각 카페마다 준비된 디저트나 브런치 메뉴,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곁들이면 하루가 한층 풍성해집니다. 특히 옥수수, 감자, 초당두부 같은 강릉 특산물이 들어간 메뉴를 만나면, 그건 또 다른 재미죠. 커피 축제를 핑계 삼아 왔다가, 의외의 ‘강릉 맛’을 발견하는 순간도 생깁니다.
바다 카페 투어를 할 때 창가 자리만 고집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열은 물론 매력적이지만, 그 자리에 집착하다 보면 기다림에 지칠 수도 있거든요. 오히려 실내 깊숙한 자리에서 음악과 향, 카페 분위기를 느끼거나, 창밖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시간도 꽤 낭만적입니다.
해 질 녘, 안목해변을 걷다 보면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모래사장을 걷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굳이 카페 안에 머물지 않아도 됩니다. 커피 한 잔 들고 방파제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카페 안에서는 느낄 수 없던 고요한 감성이 찾아와요. 파도 소리와 커피 향이 섞인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면,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하루를 쉬어 가는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안목해변 카페 투어까지 마쳤다면, 이미 완벽한 하루를 보낸 셈입니다. 아침엔 커피 시음으로 시작하고, 낮엔 골목과 시장을 걸으며 간식을 즐기고, 저녁엔 바다 앞에서 내 취향의 커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흐름. 굳이 더 들르지 않아도 “오늘 참 잘 마셨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겁니다.
강릉 커피 축제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행사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무대로 한 감성·미식 여행에 가깝습니다. 축제장에서 시음 체험으로 시작해, 강릉 시내를 걷고, 안목해변 카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커피로 시작해 커피로 끝난 하루”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올가을 혹은 다음 축제 시즌에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지도 위 강릉 근처에 조용히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두세요. 그 동그라미가, 바다와 커피 향이 함께 남는 여행의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